생활 속에 적용된 느림의 미학

느림의 미학은 영혼의 미학입니다. 느림은 영혼의 걸음걸이죠. 생활 속의 여유는 성숙에서 옵니다. 봄에 씨를 뿌리고 여름에 크게 자라는 식물의 생리에서 보더라도 열매를 맺을 가을 시기가 오면 식물은 일단 외형적인 성장을 멈추는 것처럼 보입니다. 외형적인 성장에 대신하여 열매를 맺기 위하여 크게 자라는 성장보다는 안으로 내실을 기하는 것이죠. 가을이 되면 모든 식물들은 결실을 맺게 됩니다. 물론 여름철에 나는 열매도 있지만 그것이 일반적인 현상은 아니죠.

만물이 가을철이 되면 외형적인 성장을 멈추고 내적인 결실을 이루듯이 지금 시기 인류사회에 느림의 미학이 유포되는 것은 사람도 역시 천지의 가을시기를 맞이하여 영혼의 결실을 맺을 때가 되었다는 것을 반영하는 사회적 흐름인 것입니다.

사람들의 의식이 외부에 집중하여 물질적인 말단을 추구하는 가운데서는 자기 존재의 본질을 깨달을 수 없습니다. 그 의식을 거두어들이고 의식이 자신의 내면을 향할 때 존재의 미학이 드러나게 됩니다. 그러니 느림의 미학은 인간존재의 자기표현으로서의 생활양식을 나타내는 것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