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통에서 평화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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고통에서 평화로
극한 상황에서는 '지금'을 받아들이는 일이 불가능할지도 모릅니다. 그러나 여러분에게는 언제나 내맡길 수 있는 두 차례의 기회가 주어집니다.
첫번째 기회는 매 순간 그 순간의 현실에 내맡기는 것입니다. 지금의 상태를 원상태로 되돌릴 수 없다는 사실을 인정하고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이미 일어난 일은 일어난 일로, 일어나지 않은 일은 일어나지 않은 일로 받아들이는 것이지요. 상황이 요구하는 대로, 그 상황에서 해야 할 일을 해야 합니다.
늘 수용하는 상태에 머문다면, 더 이상 부정적인 감정이나 고통, 불행을 만들지는 않을 것입니다. 저항 없이 축복과 빛 속에서, 투쟁으로부터 자유롭게 사는 것이지요.
그런데 이 기회를 놓치는 이유는 무엇일까요? 무의식적인 습관적 저항을 막을 수 있을 만큼 충분히 깨어 있지 않기 때문일 수도 있고, 지나치게 극단적인 상황이어서 받아들이기가 힘들기 때문일 수도 있습니다. 그러면 어떤 형태로든 고통이나 아픔을 만들어내게 되지요.
상황이 고통을 만들어내는 것처럼 보이지만 실은 그렇지 않습니다. 모두 여러분의 저항이 만들어내는 것이지요.
두번째 내맡김의 기회는 '지금 여기'입니다. 외부의 것을 받아들일 수 없다면 내면의 것을 받아들이세요. 고통에 저항하지 말라는 뜻입니다. 고통이 그곳에 있도록 허용하는 것이지요.
슬픔이나 절망, 두려움, 외로움 등 어떤 형태의 고통이든, 그 고통에 스스로를 내맡기세요. 고통을 명명하지 말고, 그냥 지켜보며 고통을 껴안으라는 의미입니다.
그러면 깊은 고통을 한없는 평화로 바꾸어놓는 내맡김의 기적을 경험할 것입니다.
극심한 고통을 겪고 있는 사람에게 내맡기라는 말이 어쩌면 부질없고 의미 없는 소리처럼 들릴 수도 있습니다. 고통이 깊을수록, 그 고통에 내맡기기보다는 탈출하고 싶은 충동이 더 강할 테니까요. 지금 느껴지는 것을 느끼고 싶지 않을 것입니다. 당연한 일이지요. 하지만 여기서 탈출할 방법은 없습니다.
일이나 술, 마약, 분노, 은폐 등 여러 방법으로 거짓 탈출을 시도할 수도 있지만, 이런 것들은 여러분을 고통에서 자유롭게 하지 못합니다. 고통은 여러분이 눈을 감는다고 해서 그 강도가 줄어드는 것이 아니니까요. 감정적인 고통을 부정하면, 여러분의 행동과 생각뿐만 아니라 인간관계까지 모든 것이 오염됩니다.
그리고 여러분이 발산하는 에너지가 알게 모르게 타인들에게 전해집니다. 그 에너지를 받는 사람이 깨어 있지 못할 경우, 그 에너지에 반작용해서 어떤 식으로든 여러분을 공격하거나 괴롭히고 싶은 충동을 느낄 것입니다. 아니면 여러분이 자신의 고통을 무의식적으로 투사함으로써 그들을 괴롭힐 수도 있지요. 여러분은 자신의 내면 상태에 부합되는 것을 끌어들이기도 하고 표출하기도 하니까요.
그러나 빠져나갈 길이 없을 때도 뚫고 나갈 방법은 있습니다. 고통을 외면하지 않는 것이지요. 당당히 고통과 마주하세요. 고통을 느끼되, 그 고통에 대해 생각하지 마세요. 필요하다면 그 고통을 표현해도 좋지만, 마음속으로 각본을 만들지는 말아야 합니다.
고통의 원인으로 보이는 사람이나 사건, 상황이 아니라 고통 자체에 주의를 집중하세요. 마음이 고통을 이용해서 여러분 자신을 희생자로 만들지 않도록 해야 합니다. 신세 한탄을 하고 넋두리를 늘어놓으면, 계속 고통 속에 머물게 됩니다. 고통의 느낌에서 벗어나는 것은 불가능합니다. 고통 속으로 들어가는 수밖에 다른 길이 없지요. 그러지 않고는 아무것도 변화시킬 수 없습니다.
그러므로 자신의 느낌에 완전히 집중하면서, 마음이 고통에 이름을 붙이지 않도록 하세요. 느낌 속으로 들어갈 때는 활짝 깨어 있어야 합니다. 처음에는 그곳이 어둡고 무섭게 느껴질 수도 있습니다. 뒤돌아 나오고 싶은 마음이 들 것입니다.
그러나 계속 지켜보면서 어떠한 행동도 하지 마세요. 고통에 주목하면서 슬픔이나 두려움, 공포, 외로움을 계속 느껴보세요. 주의를 집중하고 몸 구석구석까지 완전히 깨어 있으세요. 이렇게 어둠 속으로 빛을 가져가는 것입니다. 이것이 바로 의식의 불꽃입니다.
이 단계에서는 더 이상 내맡김에 신경 쓸 필요가 없습니다. 여러분 스스로 이미 내맡겼으니까요. 완전한 집중은 완전한 수용이며 내맡김입니다. 완전하게 집중할 때, 여러분은 '지금'의 힘, 현존의 힘을 사용하고 있는 것입니다.
그 안에서는 한 줌의 저항도 살아남지 못하지요. 현존은 망상의 시간을 몰아냅니다. 망상의 시간이 없으면, 어떠한 고통이나 부정적 감정도 살아남지 못합니다.
고통을 받아들이는 것은 죽음 속으로 들어가는 여행입니다. 당당히 고통과 마주하고 고통을 허락하면서 고통에 주의를 기울이는 것은 깨어 있는 상태에서 죽음으로 들어가는 것이지요. 이러한 죽음을 경험하면, 죽음이 없다는 것을, 그러므로 두려워할 게 없음을 알게 됩니다. 오직 에고만이 죽는 것입니다.
한 줄기 햇살이 태양의 일부라는 사실을 잊어버린 채 태양이 아닌 다른 것과 자신을 동일시하여 생존을 위해 태양과 싸워야 한다는 착각에 빠져 있다고 상상해보세요. 이러한 착각이 사라진다면 진정 자유롭지 않겠습니까?
편안한 죽음을 원하세요? 고통 없이, 아무 번민 없이 죽고 싶은가요? 그렇다면 지나간 모든 순간을 떠나보내야 합니다. 깨달음의 빛으로, 시간의 굴레에 사로잡힌 자신을, 자신의 본성과 동일시했던 거추장스러운 자아를 떠내 보내야 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