자살 시도 작년 3만명… 절반은 병원 퇴원후 상담 한번 못 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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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정2019.11.28. 오전 9:4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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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극단적 선택 고리 끊자] [下] 자살시도자 후속관리 강화해야
자살시도자 4년새 8000명 늘고 35%가 "처음 아니다" 답했지만 응급실 52곳서만 사후관리 이뤄져
작년 1만6000명 치료만 받고 귀가


지난 24일 세상을 떠난 가수 구하라(28)씨는 지난 5월에도 극단적 선택을 시도했다가 구조된 적이 있다. 전문가들은 "한 차례 자살 시도를 했던 사람에 대한 사후 관리가 중요한데 정부가 이러한 부분을 놓치고 있다"고 지적한다. 27일 보건복지부 등에 따르면 지난해 자해·자살을 시도해 응급실에 실려온 3만3451명 중 52%인 1만7553명만 상담 및 복지 서비스 제공 등 사후 관리를 받았다. 나머지는 응급실에서 퇴원해 그대로 집에 돌아간 것이다. '고위험군'에 대한 관리가 제대로 이뤄지지 않고 있는 것이다.

27일 서울 마포대교 위에 자살 예방 조형물 동상이 설치돼 있다. 위로해주는 남성 조형물 등에 "여보게 친구야, 한 번만 더 생각해 보게나"라는 문구를 적었다. /조인원 기자

정부는 매년 전체 자해·자살 시도가 얼마나 되는지 파악도 못 하고 있다. 지난해 기준 402개 응급실 중 153개 응급실에 실려온 자해·자살 시도자만 '국가 응급환자 진료 정보망'을 통해 파악된 것이다. 정부가 파악이 가능한 범위 안에서도 자살을 시도했다가 구조된 사람의 수는 2014년 2만5573명에서 지난해 3만3451명으로 늘었다. 그런데 이 중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나서도 지속적으로 상담을 해주는 '사후 관리 사업'의 대상이 된 사람은 지난해 기준 1만7553명에 불과했다. 나머지 약 1만6000명은 응급실에서 치료를 받고 별도 상담 등의 절차 없이 집으로 돌아간 것이다. 정부는 2013년부터 자살 시도자를 대상으로 퇴원 이후에도 전화·방문 상담을 하고, 각종 복지 서비스 등을 제공하는 사후 관리 사업을 진행하고 있다. 하지만 지난해 기준 402개 응급실 중 52개 응급실에서만 이러한 사후 관리 사업이 이뤄졌다. 김상희 의원은 올해 국정감사에서 "자해·자살 시도자에 대한 사후 관리를 해주는 응급실이 지난해 52개에서 올해 62개로 늘었다지만 여전히 부족한 수준"이라고 지적했다.

한 차례 자살을 시도한 사람은 다시 자살을 시도할 가능성이 크기 때문에 관리가 필요하다. 복지부가 2016~2018년 자살 시도 등으로 응급실에 실려온 2만6631명을 대상으로 조사해 본 결과 9299명(35%)이 과거에도 자살을 시도해본 경험이 있다고 했다. 또한 '앞으로도 자살 계획이 있다'고 한 사람도 7673명이나 됐다.


자살 시도자의 동의가 없으면 사후 상담·치료 등이 어려운 점도 개선이 필요하다고 했다. 백종우 중앙자살예방센터장은 "미국, 영국, 호주 등은 법원이나 심판원 등의 결정이 있으면 꼭 필요한 치료와 지원은 제공할 수 있게 돼 있는데, 우리도 이렇게 법·제도를 개선할 필요가 있다"고 했다.

또한 자살자 수를 줄여나가기 위해서는 가족과 함께 목숨을 끊는 '동반 자살'을 일종의 '가족 살해 범죄'로 보고 이를 줄여나가야 한다고 전문가들은 지적했다. 이수정 경기대 범죄심리학과 교수는 "자신에게 아이에 대한 생살여탈권이 있다고 생각하는 가부장적 사고 등이 원인"이라며 "살해 후 자살을 '동반 자살'이라고 표현해서는 안 되며 살인이나 다름없는 행위라는 사회적 인식이 있어야 한다"고 했다.

[홍준기 기자] [허상우 기자 raindrop@Chosun.com]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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